세계교회는 전통적으로 종교개혁일(10월 31일)이 있는 10월 마지막 주를 매년 종교개혁주간으로 지킨다. 올해는 특히 종교개혁500주년을 불과 1년 앞두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본지는 다음주 종교개혁주간을 맞아 현재 세계교회와 한국교회 안에 진행되고 있는 종교개혁500주년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해결 과제를 진단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종교개혁500주년을 앞두고 이번 시간을 한국교회 갱신과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뉴스미션 

세계 곳곳 ‘종교개혁500주년’ 기념 움직임
 
지금으로부터 499년 전인 1517년 10월 31일, 독일 비텐베르크대학의 교수였던 마틴 루터는 로마가톨릭의 면죄부판매를 비롯한 세속적인 모습을 비판하며 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었다.
 
이는 당시 절대권력이었던 로마 교황청에 대한 도전이요 반역이었지만, “죄는 금전으로써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회개함으로써 사하여지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독일 민중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결국 종교개혁운동의 도화선이 돼 유럽 전체의 변화를 가져왔다.
 
어느덧 내년이면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주년이 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유럽교회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Refo500’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Refo500은 2017년을 준비하며 네덜란드에서 발족한 세계 최대 종교개혁500주년 네트워크로써, 교회와 대학, 연구소부터 박물관과 출판사, 언론기관, 심지어 종교개혁 도시에 이르기까지 150개 회원 단체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종교개혁500주년 각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아이디어, 결과물, 활동을 공유하며, 매주마다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지에서 지속적인 컨퍼런스와 도서 출판, 전시회, 문화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주 목적은 역사와 신학, 정치, 문화 등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있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확산하고, 이것이 계속해서 전파될 수 있도록 주위를 환기시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Refo500 아시아를 중심으로 신학생 아카데미 등 행사가 진행된 바 있으며, 50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국제학술심포지엄과 세미나, 종교개혁 신앙고백서 출판 등을 준비하고 있다.
 
Refo500 아시아 프로젝트매니저를 맡고 있는 안인섭 교수(총신대 신대원)는 “Refo500은 16세기 종교개혁의 정신을 21세기 교회와 사회에 뿌리내려 신앙과 생활 전반을 새롭게 하고, 이를 통해 교회의 회복과 세상의 변혁을 이끌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어떠한 행사보다 ‘본질 회복’ 우선돼야”
 
한국교회 내부적으로도 수년 전부터 각 교단을 중심으로 종교개혁500주년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교단이 관련 조직을 구성하고 기념 사업과 행사를 추진 중이다.
 
당해인 2017년에도 교단 별로 종교개혁500주년 기념대회와 예배, 강좌가 예정돼 있으며, 기념교회 설립과 기념집 발간을 준비 중인 곳도 있다. 아예 내년 표어를 종교개혁 관련 주제로 정하고 발표한 교단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 계획 대부분이 일회성 위주로 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이러한 준비 과정에서 일반 성도들은 배제된 채 목회자와 신학생들 위주로만 진행돼 정작 교회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평신도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이번 시간을 진정한 제2의 종교개혁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어떠한 행사보다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태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500여 년 전 종교개혁 역시 큰 계획을 통해 이뤄졌다기 보다 기본으로, 기초로 돌아가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정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용을 바탕으로 개혁과 갱신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당시의 종교개혁이 교회와 사회 전반의 변혁을 이끌었듯, 한국교회 역시 교회를 넘어 한국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게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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