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교회도 마찬가지. 진로에 대한 고민과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속속 교회를 떠나고 있다. 청년부의 위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청년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교회의 현실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을 짚어보고 특히 크리스천 기업과 교회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살펴봤다.
 
 ▲경기 불황으로 국내 500대 기업이 올해 채용 규모를 축소하면서 취업 목표의 눈높이를 낮추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뉴스미션

‘중소기업 비정규직’이라도…취업시장 분위기 냉랭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2016 500대 기업 신규 채용계획’ 따르면 전체 기업 중 절반가량이 올 하반기 신입과 경력을 포함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과 계열사 축소로 대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소기업들도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어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교회에서 청년회장으로 봉사하며 취업을 준비하던 A 군(28세)은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눈높이를 낮춰 취업에 성공했다. 수년간 대기업 정규직 입사를 목표로 달려왔지만,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기업 채용 규모를 보면서 생각을 달리한 것이다.
 
같은 교회를 다니는 B 장로는 이런 A 군의 사연을 듣고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고 칭찬했지만, A 군은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현 직장에서는 미래는커녕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더구나 고용형태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특히 A 군은 “직장에서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거나 나를 ‘곧 떠날 사람’이라고 치부해버릴 때는 열심히 일하다가도 ‘정말 이직을 해야 하나’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착한 일자리’ 창출…“대접받고 싶은 만큼 대접하라”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들 가운데 비정규직은 전체 20대 임금근로자의 약 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서 A 군과 같이 비교적 ‘고용의 지속성’이 낮은 비정규직이라도 일단 직장을 찾고 보자는 요즘 젊은이들의 세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게 당장의 실업률을 낮추는 효과로 나타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그리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보수는 적지만 직장 만족도와 고용 안정성이 높은 ‘착한 일자리’를 창출해 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신현상 교수는 “규모가 작거나 보수가 적은 회사라도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한다면 젊은이들이 여기에 응답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내 자식을 대한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을 대하는 곳이 바로 착한 일자리”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기업은 ‘갑’, 직원은 ‘을’이라는 인식이 사라져야만 착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직원이 내 회사에 기여해주길 바라는 만큼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회사의 기본적인 예의”라고 강조했다.
 
“위기의 젊은이들, 교회가 위로해야”
 
신현상 교수는 특히 ‘크리스천 CEO가 운영하는 기업’들이 솔선수범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린도전서 13장에 나오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청년들이 바라는 ‘일자리’의 이상향이라는 것.
 
신 교수는 “적정 소득을 얻어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인간의 기본적인 성품이지만, 자아를 실현하고 꿈과 비전을 이루려 하는 마음도 인간이 갖고 있는 본성”이라며 “무엇보다 크리스천 기업들은 직원들을 ‘회사의 도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꿈과 비전을 함께 이뤄나갈 ‘영혼’으로 보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교회가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다.
 
신현상 교수는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교회가 비전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며 “교회 내 어른들이 인생의 선배로서 열린 마음으로 조언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기댈 곳 없는 젊은이들이 다시 교회를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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